영화 '멋진 하루'는 이윤기 감독의 연출과 전도연(희수), 하정우(병운) 주연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헤어진 연인이 빚을 갚기 위해 1년 만에 재회하며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두 사람은 과거의 추억과 묻어두었던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잔잔한 대화와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서로에게 남아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과정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1. 재회 - "돈 갚아!"
" 아,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잘 지냈어? " . " 돈 갚아, 꿔간 돈 350만원 "
"아,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잘 지냈어?"라는 반가움도 잠시,
"돈 갚아, 꿔간 돈 350만 원"이라는 차가운 말이 이어집니다.
1년 전 헤어진 연인인 희수와 병운의 재회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병운은 희수를 반가워하지만, 희수는 오직 꿔준 돈을 받겠다는 목적만으로 그를 찾아왔죠.
현재 가진 돈이 없는 병운은 희수의 냉랭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녀와 함께 길을 나서게 됩니다.
돈을 구하러 다니는 짧고도 긴 여정을 통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 한여사. 100만원
" 도와주신게 어딘데 우라가 감사하지? ". - 병운
" 내가 왜? 저 사람한테 감사해야 하는데." - 희수
희수와 함께 돈을 구하러 다니는 병운의 방식은 참 특별합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넉살 좋게 던지는 농담과 함께 진심을 담아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립니다.
희수 앞이 아닌 곳에서 그는 이리저리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합니다.
단순히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는 차용증까지 꼼꼼하게 써주며 믿음을 보냅니다.
제대로 된 직장이나 돈 한 푼 없이 오직 병운의 묘한 신용만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모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줍니다.
2. 병운의 옛 제자 - 10만원
" 선생님? 치, 점점 ". -희수
" 예전에 스키강사 하면서 가르친 제자가 있었건든." - 병운
" 이번엔 학생 진짜 끝네준다." -희수
" 학생한테 돈 빌리는 선생? - 희수
" 돈 빌리는게 어때서 그래?. 어, 없으면 있는 사람한테 좀 빌리는 거고, 생기면 갚고, 내가 있으면 남도 좀 도와주고, 그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지."
" 야, 너도 뭐 나한테 빌려 줬잖아, 나한테."
병운의 돈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장면, 반박 못하는 희수
3. 세미, 술집 여자 - 70만원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보고 싶었어요. 근데 내가 기대를 많이 했나보네." -세미
" 무슨 말이에요? " - 희수
" 너무 평범 하잖아. 눈 부시게 예쁘던지, 아니면 엄청나게 고상해 보이든지. " - 세미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었는데, 너무 평범해서 실망했다"는 말은 희수에 대한 평가이자,
자신에 대한 평가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세미는, 병운이 만났던 여자가 특별한 사람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런 특별함이 있어야만 자신의 처지나 직업의 특별함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수의 평범함에 세미는 자신의 기대가 무너지자, 그 실망감을 날 선 말로 드러냅니다.
이는 겉으로는 희수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위치와 자존감을 확인하려는 내면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녀의 말은 "나는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평범한가"라고 되묻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4. 써클 후배 홍주와 그의 남편 대희 - 30만원
" 우리 집사람이랑 애인이었죠? " - 대희
" 아뇨, 우린 그냥 승마써클 선후배 사이였어요. " - 병운
" 하긴, 그럼 같이 잤나? " - 대희
" 덕분에 30만원 받았잖아. 응? ". " 대단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돈도 꾸고.."
홍주 남편을 마주한 병운의 모습에서 희수는 기가 막히는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의심과 경계심이 가득한 상황을 병운 특유의 넉살과 진솔함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보며, 어이없음은 이내 묘한 감탄으로 변해갑니다.
돈을 빌리는 행위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병운의 특별한 능력은 희수에게 새로운 감정을 안겨줍니다.
그저 한심한 채무자라 생각했던 그에게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견하고,
희수는 차가웠던 자신의 감정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5. 사촌 중기 - ?
" 얘가 철이 없으니까 안늙잖아 " - 중기
" 제가 철이 좀 없거든요. " - 병운
" 물려받아 편하게 사업하다가 다 날려먹고 마누라까지 도망갔잖아." -중기
희수는 자신에게 허풍쟁이에 경마장이나 들락거리는 놈팽이로만 보이던 병운에게서,
함께 하루를 보내며 그가 가진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대책 없어 보여도,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병운의 모습을 보며 희수는 그에게 품었던 오해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다 중기가 병운을 무시하는 순간, 희수는 불쾌함과 함께 묘한 분노를 느낍니다.
이는 더 이상 병운이 그저 빚쟁이가 아니라, 아직은 아직 모르겠으나 묘한 존재로 자리잡음을 느낍니다.
6. 남은 돈... 남은 하루.
7. 마무리하며
이윤기 감독의 섬세한 연출 아래, 전도연과 하정우 배우의 자연스럽고 담담한 연기가 더해져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 없이도, 병운과 희수가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잔잔한 웃음과 함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서로에게 미묘하게 남아 있는 감정의 변화가 고스란히 전해져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아련해집니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감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따스한 여운을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