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우리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떠올립니다.
“괜찮다”는 말로 감췄던 희생, “조금 있다”는 말로 미뤘던 관심.
이날만큼은, 그들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당신의 오늘이 눈부시기를"이라는 마지막 인사는, 어쩌면 부모님의 삶에 바치는 헌사였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눈이 부시게》의 촬영지 중 다섯 곳을 따라, 드라마 속 명대사와 가족의 이야기를 연결해보려 합니다.
1. 혜자의 기억이 머물던 바닷가 – 강릉 영진해변
📍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해안로 1599
“내 인생은 때로 불행했고, 때로 행복했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 김혜자
드라마에서 혜자는 종종 바다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그 장면 속 바다는 바로 강릉 영진해변입니다.
탁 트인 수평선과 고요한 파도 소리가 삶의 굴곡을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이 대사는 김혜자의 연기가 극에 달했던 순간에 나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 가족의 모습, 사랑과 이별.
그 모든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잔잔히 흘러갑니다.
강릉 영진해변은 그 모든 시간을 조용히 품어줍니다.
2. 추억이 머무는 역사 공간 – 인천 개항장 거리
📍 인천 중구 신포로27번길 일대
“부모가 돼서야 알게 됐지.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걸.”
혜자가 아버지를 바라보며 나직이 읊조리는 장면은 인천 개항장 거리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그들도 사랑받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고, 울고 웃던 청춘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자식 시절'이 이 골목 안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개항기 건축물과 벽돌길, 일본식 가옥이 섞여 있는 이곳은 오래된 시간의 결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입니다.
어버이날, 이 거리를 걸으면 부모님의 삶이 조금은 이해될지도 모릅니다.
3. 다시 사랑을 기억하는 곳 – 서울 북촌 한옥마을
📍 서울 종로구 계동길 37 일대
“무심한 시간 속에서도 사랑은 있었고, 또 있었어요.”
혜자와 준하의 회상 장면, 그리고 가족과의 평범했던 일상이 교차 편집되던 순간.
그 배경은 바로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어머니가 정성껏 따뜻한 국을 끓이던 아침, 아버지가 말없이 가방을 챙겨 출근하던 순간.
그 무엇 하나 특별하지 않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가장 눈부신 기억이 그곳에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이 한옥 골목길은, 누군가의 오래된 사랑과 따뜻한 기억을 간직하기에 충분한 장소입니다.
북촌의 오래된 나무문과 돌담길, 햇살이 스며드는 처마 밑.
4. 말없이 흐르는 시간의 끝 – 송도 센트럴파크 수변길
📍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60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빛나는 시간이에요.”
혜자의 마지막 독백이 울려 퍼지던 장면 중 하나는,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의 수변 산책로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이 스쳐 지나가는지, 이 공간은 묵묵히 말해줍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들의 시간이 가장 빛나야 합니다.
지금, 함께 걷는 이 순간이 진짜 '선물'이라는 걸, 혜자는 말없이 알려줍니다.
도시의 빌딩 사이로 흐르는 물길, 그 옆을 걷는 사람들.
부모님은 늘 “괜찮다”며 우리의 시간을 먼저 챙겼습니다.
5.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 남양주 더드림핑크뮬리정원
📍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 산42
“당신의 오늘이 눈부시기를.”
드라마의 마지막 엔딩은 따뜻한 햇살 속에서 끝납니다.
혜자의 마지막 인사처럼, 시청자에게 남긴 이 한마디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어쩌면, 그 미소 한 장이 오래도록 눈부신 기억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그 장면은 남양주 더드림핑크뮬리정원에서 촬영되었으며, 분홍빛 억새가 드넓게 펼쳐진 풍경은 마치 ‘오늘’을 찬란하게 수놓은 듯합니다.
핑크뮬리는 가을이 되면 절정을 이루지만, 그 외의 계절에도 하늘과 바람, 꽃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은 ‘사진 명소’이자 ‘감성 힐링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여기서 부모님과 사진 한 장 남겨보세요.
6. 마무리하며
《눈이 부시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은 한 여자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가 다시 가고 싶은 시간은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들입니다.
어버이날, 당신도 한 번쯤은 부모님의 시간을 걸어보세요.
그 길은 낯설지 않고, 오히려 너무 익숙한 온기로 가득할 것입니다.
“괜찮아, 넌 잘 살고 있어.
오늘도, 눈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