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떠올리는 건 상처가 아니라, 나를 붙든 증거야.”
– 문동은
『더 글로리』는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다시 어떻게 천천히 복원되는지를 묵직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문동은의 복수는 피로 물든 투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녀가 지나간 공간들, 그 안에서 내뱉은 말들은 하나의 ‘기억 지도’가 되어 우리를 어딘가로 이끕니다.
이 글에서는 극 중 등장한 세종시와 청주, 인천의 장소들을 따라 걸으며, 그 공간이 왜 선택되었는지를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풍경에 스며든 감정과 복수의 의미를 함께 느껴보려 합니다.
1. 국립세종수목원 – 말 없는 결심이 자라난 숲
“넌 모르잖아. 내가 어떤 하루하루를 견뎠는지.”
울창한 초록과 고요한 길. 국립세종수목원은 문동은이 스스로에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던 장면에 등장합니다.
세상의 소음에서 한 걸음 떨어진 이 숲은, 겉으로는 정적이지만 안으로는 삶을 밀어 올리는 숨결이 가득합니다.
세종시는 행정의 중심지지만, 이 수목원은 감정의 중심으로 기능합니다.
문동은의 복수는 이곳처럼 치밀했고, 동시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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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수공원: 수면 위로 반짝이는 빛이 도시의 여백을 채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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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관: 우리가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
2. 청주 용화사 – 무너지지 않기 위해 기도하던 날
“기도했어. 내가 죽지 않게 해달라고.”
용화사는 살아남기 위한 간절한 의지가 머무는 곳입니다.
문동은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죠.
그 기도는 복수의
서막이자, 무너진 자존을 일으키는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맹세였습니다.
청주는 문화와 교육, 역사와 일상이 조화롭게 흐르는 도시이며, 그 안에서 용화사는 과거를 가만히 껴안고 있는 존재처럼 자리합니다.
문동은의 삶처럼, 부서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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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주 중앙공원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놀이터
“여기가 나의 유일한 놀이터였어.”
중앙공원은 문동은의 유년기가 고스란히 새겨진 장소입니다.
눈부시지 않았고, 환하지도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세상의 전부였던 곳.
‘놀이터’라는 말에 담긴 그리움과 결핍은 보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흔듭니다.
이곳은 지금도 시민들의 일상 속에 살아 숨 쉬는 공원입니다.
문동은처럼, 과거의 어떤 한 조각을 붙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조용한 위로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4. 인천 바둑공원 – 끝까지 마주해야 했던 한 판의 전장
“이건 게임이 아니야. 이건 전쟁이야.”
인천 바둑공원은 복수의 절정이 펼쳐지는 심리전의 무대입니다.
바둑처럼 조용하고, 바둑처럼 냉정한 문동은의 전략은 이곳에서 완결을 향해 달려갑니다.
돌 하나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바둑처럼, 그녀의 복수도 찬찬히 계산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마주 봐야만 했던 진실을 견뎌낸 사람의 마음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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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고요한 숲 속에서 마주하는 자기 자신
5. 끝나지 않은 복수, 고요히 스며든 현실의 그림자
"난 지옥에 가. 하지만 넌 나보다 더 깊은 지옥으로 떨어져."
이 말을 들었을 때, 그건 문동은이 던지는 마지막 칼날 같았다.
복수는 끝났지만, 그녀의 얼굴엔 승리의 기쁨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모든 감정을 다 태워버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공허함이 있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뜨겁게 타올랐지만, 끝내 차가운 방식으로 정의를 집행했다.
자기가 죄를 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엔 스스로를 지옥으로 떠미는 자의 체념도 섞여 있었다.
연진을 무너뜨리면서도, 문동은은 끝내 자신조차 구원받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대사는 복수의 쾌감이 아니라, 끝내 누구도 이기지 못한 싸움의 고백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복수의 대상이 아닌 문동은이라는 사람이 보였다.
상처 입은 한 사람이, 그 상처를 안고 끝까지 걸어온 결과로 남긴 한마디.
그 말은 지금도 귓가에 잔잔하게, 그러나 뼈아프게 남아 있다.
6. 🕊 당신의 풍경에도 빛이 깃들기를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의 무게를 낱낱이 보여주며, 그 피해자가 세상에서 얼마나 외로운 존재로 남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문동은은 더 이상 울지 않기 위해, 마침내 웃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녀의 발자국이 남은 공간들엔 아직도 말 없는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홀로 아파하고 있다면, 이 장소들을 한 번 걸어보세요.
꼭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니면 그냥 조용히 안아주기 위해서라도.
이 글이 『더 글로리』를 사랑한 당신에게,
그리고 그 감정에 조용히 공감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상처에도 언젠가 햇살이 스며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