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그때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 – 국제시장과 함께 걷는 부산 여행

 “내는 내 자식들한테 짐 되기 싫다 아이가.”

          - 덕수(황정민), 영화 국제시장

 한 남자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풀어낸 영화 국제시장

그 배경이 되는 부산은 기억과 사랑, 희생이 쌓인 하나의 생명체처럼 화면을 채웁니다.

영화 속 덕수의 발자취는 곧 우리 부모 세대의 궤적이며, 그가 지나간 장소들은 여전히 부산 도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글은 국제시장의 촬영지와 대사를 따라 부산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여정입니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부산에 가고 싶어질 수밖에 없는, 그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 국제시장 – 덕수의 일생이 묻힌 골목

“내가 거서 가게 안 팔았다면, 니들은 학교도 못 다니고 고생했을 기다.”

영화 제목이자 주요 배경인 ‘국제시장’은 여전히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성업 중입니다.

한국전쟁 직후 피란민들이 모여 장사를 시작하며 형성된 이곳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큼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덕수가 운영하던 ‘꽃분이네’는 실제로 현재 국제시장 안 ‘꽃분이네’ 상점으로 복원돼 있어 방문객들이 덕수의 삶을 추억할 수 있습니다.

좁은 골목마다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고, 어머니를 위해 기름때 묻은 손으로 일하던 덕수의 청춘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합니다.


2. 자갈치시장 – “살아 돌아온 것도 죄가 되나예?”

자갈치시장 앞바다는 덕수가 아버지를 기다리던 곳입니다.

실제 촬영지는 자갈치시장 인근 광장과 항구 부두로, 이곳에서 덕수는 북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그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대사,

“아부지는 아직 못 오셨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기다립니다.”

이 말은 이산가족의 마음을 대변하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자갈치시장은 여전히 활기찬 어시장으로, 부산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영화의 감동을 안고 이곳을 걷다 보면, 피난민이자 가장이었던 덕수의 절박함이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듯합니다.


3. 영도다리 – 끊어진 것과 이어진 것 사이

부산의 상징, 영도다리 위에서 덕수는 전쟁과 생계를 오가며 희망을 품었습니다.

“우리 사는 게 뭔데... 그저 오늘도 사는 기다.”

영도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상징이었고, 사랑하는 가족을 기다리는 장소였습니다.

현재는 2013년 복원 이후 매일 다리가 들어 올려지는 풍경을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영화 국제시장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감상하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4.  부산항  떠나는 배남겨진 사람들


 그때 우리는 모두 헤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왔고, 누군가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덕수가 독일에 광부로 떠나는 장면, 그리고 베트남 파병 장면은 모두 부산항을 배경으로 촬영됐습니다.

당시 부산항은 수많은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떠나기위한 희생과 결단의 공간이었습니다.

오늘날 부산항은 세계적인 항만으로 성장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그 시대의 부산항은 이별의 상징으로 기억됩니다.


5.✨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부산은 시간마다, 장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시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온기, 골목에 숨겨진 추억,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반짝이는 풍경은

여행이 끝난 후에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부산은 바다와 골목이 공존하는 도시다.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과 오래된 골목길, 반짝이는 야경과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 하루 안에도 여러 번 표정을 바꾼다. 

그런 부산의 매력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해운대, 바다의 첫인상을 선물하는 곳

부산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 해운대는 가장 먼저 마음을 여는 장소다.

넓고 시원한 백사장과 넘실대는 파도,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이곳에서는 도시의 번잡함도 잠시 멈춘다.

해 질 무렵 마린시티의 불빛이 바다 위로 번질 때,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감천문화마을, 색으로 채운 언덕의 추억

산비탈을 따라 형형색색 집들이 이어지는 감천문화마을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풍경이 여행의 감도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벽화, 공방, 작은 전시장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송도 해상케이블카, 바다 위를 나는 듯한 순간

송도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는 부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유리 바닥 아래로 펼쳐진 바다와 거센 파도가 주는 긴장감은 짜릿함을 더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송도해변의 곡선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부산엑스더스카이, 도시를 한눈에 담는 시선

해운대 LCT 전망대, 엑스더스카이에서는 부산의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인상으로 다가온다.

100층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미세한 불빛까지도 하나의 예술처럼 느껴진다.

붉은 노을과 푸른 밤하늘이 교차하는 그 순간, 부산의 깊이를 실감하게 된다.

다시 찾고 싶은 바다, 그리고 부산


6. 마치며

부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덕수’라는 한 인물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살아낸 한 세대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그의 삶은 곧 한 도시의 기억이자, 한 나라의 역사입니다.

부산은 그렇게, 개인의 이야기와 국가의 기억이 맞물리는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산을 바다와 해산물로 기억하지만, 그 속을 천천히 걸어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국제시장 골목에선 전쟁 직후를 살아낸 부모 세대의 손길이 느껴지고, 자갈치 시장의 굵은 억양 속엔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담겨 있죠.

영도다리 위에 쌓인 수많은 발자국은 이별과 기다림을 견뎌낸 시간의 무게이며, 부산항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를 따라 걸어볼 준비가 되셨나요?

바다가 아닌 사람의 향기로, 음식이 아닌 시간의 결로 부산을 기억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걸으며, 우리 부모의 사랑과 청춘을, 그리고 우리의 내일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산은 여전히, 누군가의 ‘국제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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