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성실한 삶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 그러나 기묘한 현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2015년에 개봉한 작품으로, 안국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이정현 님이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이 영화는 마치 잔잔한 동화 같은 제목과는 달리,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치열한 생존기를 독특하고 잔혹한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수남(이정현)은 지독한 현실 속에서도 그저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빚더미에 시달리며 남편의 사고까지 겹치자, 그녀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됩니다. 

영화는 수남이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비극적이고도 기이한 사건들을 담담한 듯, 그러나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하면서도, 그 안에서 몸부림치는 개인의 모습을 서정적이면서도 씁쓸하게 그려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1. " 오늘 상담 끝났어요. "

" 소리 지르지 마요. 저 칼 되게 잘써요. " " 혹시 저한테 상담 받은 분이세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심리 상담실에서 시작됩니다. 

상담 시간이 끝나기전 사무실로 들이닥친 수남은 상담사를 묶어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강제로 시작합니다. 

이 장면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던 수남의 절박한 심리를 보여줍니다. 

더 이상 평범한 방법으로는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이 드러나는 순간이죠. 

이는 곧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한 인간의 절망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수남의 기구한 서사를 이해하게 됩니다.


2. 수남이

'가슴도 꿈도 모두 컸어요. 그때는, 모든게 다 잘될 줄 알았어요.' - 수남의 독백

 

수남은 어린 시절부터 매우 총명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아이였습니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며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컴퓨터 기술이 보편화되었고, 그녀의 기술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됩니다.

결국 작은 공장에 취직하게 된 수남은 그곳에서 규정을 만납니다. 

규정은 수남과 마찬가지로 성실하고 순수한 청년이었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갔고, 결혼을 한 뒤에는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는 소박한 꿈을 꾸게 됩니다.


3. 규정의 손가락

'저 진짜  맹세코 제 주머니에 손가락이 들어있는지 몰랐어요' - 수남의 독백


규정의 사고, 수남은 그를 안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의사는 절단된 손가락이 없어 봉합 수술을 하지 못합니다. 

응급조치만 하고 귀가 중 수남의 왼쪽 주머니에서 휴지에 싸진 채 발견된 규정의 손가락.

너무나도 허무하고 비극적인 아이러니입니다.  

지독하게 성실했던 수남의 삶이 이처럼 사소하고 예상치 못한 운명의 장난에 의해 송두리째 흔들리고 만 것입니다. 

이 장면은 성실만으로는 불행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줍니다.


4. 집을 사는 것

' 남편의 행복을 되돌리는데, 너무 간단한 방법이 있었어요. 집을 사는 것 '

' 하루에 8만원, 9년2개월... 9년 2개월'

' 시간이 없어, 잠은 나중에 자면 돼. 일을 해야 돼 ' .' 나만 열심히 하면 돼'


' 이번달은 96만 7천원, 아....월세, 전기세, 주민세,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밥값.' 

' 아.. 이건 생각 못했는데...이런 식이면 이 짓을 21년 해야 된다.

' 일을 더 늘려야 해. 아, 조금만 더하면 돼.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다 9년째 되던 해에 은행에서 돈을 빌렸어요.' 

'제가 아무리 꾸준히 일해도 집값은 더 꾸준히 오르더라구요.'


5."목욕했어?" . "비누 냄새 나네?

잘린 손가락으로 열심히 봉을 설치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마지막 목욕을 하는 규정, 

수남이와 자신을 위한 최선을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6. 님과 함께

" 미납금이 꽤 많다고...". "다른 거 다 필요 없구요. 존엄사에서 존엄만 기억 하세요"


병원 미납금이 많아 집을 처분 하려는 수남, 그 때 알게 된 재개발 소식.

그러나 일부 주민의 반대로 진행이 불투명 한 상황, 수남은 구청 계장의 제안에 따라 동네 주민들의 서명을 받으러 다닌다. 

그러다 마주친 반대 시위대 대장 최원사에게 폭행, 협박을 당하는데....


" 저기, 저 번에 주신 그, 서명서 있잔아요. 그거.. 구겨지고 좀 그렇게 됬는데....?".

" 네?. 다시 받아야 된다구요?. 아이씨.... "

절망하는 수남.... 이어지는 분노


7. 최원사


악의없는 시원한 복수, 수남

8. 형석(재개발 청년부장) - 분노조절 장애



최원사의 죽음을 '분신자살로' 몰아가던 경숙(정신과 의사, 재개발 반대 주모자)은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형석의 진정제를 줄이면서 최원사의 죽음의 배경을 조사하게 하고,

형석은 수남을 잡아 고문한다.


" 아줌마 재개발 발표 날 때까지만 여기있어." " 발표나면 그 때 풀어 줄께." -형석

" 안돼요. 네 남편 병원에 있거...." 

" 나중에 풀어준다고!." - 형석


세탁실에 감금된 수남... 앞으로 그녀의 운명은?


9. 마무리하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성실함의 가치가 무너진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잔혹 동화와 같습니다. 

평범한 행복을 꿈꾸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주인공 수남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세상은 그녀의 노력을 외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만 삶을 이끌어갑니다. 

순수했던 성실함이 서서히 광기로 변해가는 과정은 보는 내내 씁쓸한 감정을 남깁니다.

결국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성실하게 살기만 하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불합리함 앞에서 성실함이 무력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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