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사기" - 이 세상에 없는 세상을 위한, 정의와 감정 사이의 질문

드라마 『이로운 사기』

공감을 잃어버린 사기꾼 이로움, 그리고 너무 많은 감정을 품은 변호사 한무영. 

서로 정반대인 두 사람이 마주하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정의란 무엇이고 책임이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드라마는 말합니다.

“이 세상에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 질문은 결국, 드라마를 보는 우리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극 중 인물들의 대사는 그 답을 향해 나아가는 작은 실마리처럼 다가옵니다.


1. 결과값을 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 한무영

이 문장은 ‘책임’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에 대해 다시 묻게 만듭니다.

우린 흔히 어떤 사건의 법적 결과가 곧 정의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고통은 법의 판결로 정리되지 않고, 죄책감은 시간으로도 씻기지 않죠.

한무영은 그걸 압니다. 

변호사라는 직업 안에 있으면서도, 법만으로는 결코 완전한 정의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요.

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그 모순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흔들리는 정의의 자리에 사람의 감정과 상처를 놓습니다. 

그 진실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에게,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2. 법은 정의일까? 복수가 정의일까? – 이로움

이로움의 이 질문은 드라마의 철학을 요약합니다. 

법은 사회가 만든 규칙이지만, 늘 정의와 같지는 않습니다. 

피해자는 법 안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는 빠져나가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복수는 정의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폭력의 시작일까요? 이로움의 사기는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법이 하지 못한 것을 하기 위해, 그녀는 사기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의의 형태를 보여주려 합니다.


3. 이로움의 사기 원칙:

1. Hunt 2. Appointment 3. Plow 4. Propose 5. Yield

이 원칙들은 단순한 사기 기법이 아닙니다. 

인간 심리와 감정의 구조를 파고드는 설계된 감정의 순환이자, 현대사회의 약점을 이용한 역설적인 철학입니다.

1. Hunt – 결핍을 포착하는 감정의 사냥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로움은 그 틈을 정확히 꿰뚫습니다. 

외로움, 죄책감, 인정욕구. 사기의 시작은 바로 그 결핍을 겨냥하는 데 있습니다.

2. Appointment – 거짓이 아닌 희망의 약속

사기꾼은 희망을 줍니다.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것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기대입니다. 

사람은 듣고 싶은 말에 약하고, 보고 싶은 미래에 흔들립니다. 이로움은 그것을 압니다.

3. Plow – 신뢰라는 밭을 가는 감정의 경작

신뢰는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로움은 조급하지 않습니다. 

감정의 밭을 갈고, 관계를 정성스레 다지며, 마치 진심처럼 보이게 하는 거짓을 심습니다.

4. Propose – 결정적 순간의 제안

사람이 스스로 결정했다고 믿는 순간조차, 그것은 이미 설계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로움은 그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그 순간, 사기는 완성됩니다.

5. Yield – 감정의 결실을 수확하다

신뢰와 관계, 기대와 결정. 이 모든 감정의 씨앗이 결실을 맺을 때, 사기꾼은 수확합니다. 

그러나 이로움의 Yield는 개인적 이득이 아니라, 무너진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추수였습니다.

이 원칙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구조와 인간 감정의 어두운 면을 동시에 비춥니다.


4. 외면은 치료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 한무영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한무영이 남긴 이 말은,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우린 종종 말한다. 

“그건 회피야. 피하지 말고 마주 봐.” 

하지만 정말 그럴까? 모든 고통은 당장 직면해야만 의미가 있을까? 

한무영은 그 질문에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외면은 오히려 회복의 첫걸음일 수 있다고.

드라마 속 한무영은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진실 앞에서 한때 눈을 감았던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외면’은 나약함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마음을 지키는 방식이다.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마음을 닫는 시간, 그것조차 하나의 치료라는 것을 그는 안다.

부정은 언젠가 인정을 향해 나아간다. 

회피는 결국 직면으로 향한다. 

이 드라마는 그렇게, 우리가 외면했던 시간들마저도 조용히 안아준다.


5. 집은 건물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다.

"같은 피해자끼리 이제 끝내요. 서로가 필요하다 인정하는 건 큰 용기예요."

사기극 속에서 피어난 따뜻한 연대의 장면입니다. 

드라마는 ‘집’이라는 공간을 다시 정의합니다. 

집은 단순히 벽과 지붕이 있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감정이 있는 곳입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탄생한 신뢰는, 어쩌면 가족보다 더 단단한 유대감을 보여줍니다.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감싸고, 함께 손을 잡는 것. 그건 어떤 복수보다도 강력한 치유입니다.

사기를 통해 정의를 말하던 이 드라마가 결국 말하고자 한 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끌어안는 용기였습니다.


6. “이로운 사기: 이 세상에 없는 세상을 위해.”

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법이 항상 정의롭지 않을 때, 누군가의 고통이 외면당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 드라마는 그 해답을 ‘사기’라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비록 방법은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연대와 책임이 있습니다.

“이로운 사기: 이 세상에 없는 세상을 위해.”

이 말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진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정의를, 어떤 세상을 선택하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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