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한 척의 배가 들어온다.
오태석은 그 배를 바라보며 말한다.
“우린 도망 못 쳐. 여길 지켜야지.”
목포는 그들의 전부였다.
어느 골목에선 거래가 오가고, 어느 항구에선 기다림이 쌓인다.
대박도 쪽박도 아닌, 살아남기 위한 선택들이 모여 만든 도시.
그 선택의 냄새가, 오늘도 골목마다 스며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좌판 앞에 다시 선다.
혹시 모른다. 그곳에서 보물보다 소중한, 나 자신 같은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지.
“좌판 한번 벌여볼까?”그 말은 장난이 아니다.
목포에서는 그 말이 곧, 삶을 걸어보겠다는 다짐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 무대가 되는 곳이 바로, 이 도시 목포다.
“대박 나면 다 대박, 쪽박 나면 다 쪽박.”그 말은 어쩌면, 목포 그 자체를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 목포 – 『파인』 속 인물들의 흔적을 따라
1. 목포역: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걸음
목포역에 도착하는 순간, 『파인』의 세계가 조금씩 겹쳐진다.
구식 간판과 느릿한 플랫폼의 공기가 여전히 남아 있고, 기차에서 내리는 발걸음마다 이야기가 열린다.
이곳은 목포라는 도시의 서문이자, 삶의 질문들이 모여드는 출발점이다.
2. 동부시장: 좌판 위에 펼쳐지는 삶
동부시장 골목에선 지금도 삶이 벌어지고 있다.
국밥 냄새와 손님을 부르는 상인의 목소리가 섞이며 『파인』 속 인물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좌판 한번 벌여볼까?” 그 대사는 지금도 시장 어귀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오늘을 밀어주는 힘이 된다.
3. 항동 철길과 연희네 슈퍼 (영화 1987): 이야기가 흐르는 거리
항동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철로 옆에 레트로 감성의 슈퍼가 나타난다.
연희네 슈퍼라 불리는 이곳은 년화 1987 속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걷는 내내 낡은 간판과 오래된 창틀이 우리의 기억을 건드리며, 이야기를 이어준다.
🚩 연희네 슈퍼: 전남 목포시 해안로127번길 14-2
4. 목포 근대역사관 : 도시의 기억을 품은 공간
목포 근대역사관은 이 도시의 깊이를 보여주는 장소다.
벽돌 하나하나가 시간을 간직한 듯, 이곳을 걷다 보면 『파인』 속 인물들이 숨기고 싶었던 과거와 맞서야 했던 감정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지금도 그 기억은 이 공간 위에 겹겹이 쌓여 있다.
5. 유달산: 꿈을 바라보는 가장 높은 자리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항구와 삼학도, 그리고 바다를 넘나드는 바람.
『파인』 속 인물들이 품었던 ‘한탕’의 꿈이 왜 이곳에서 피어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간다.
높이 올라서야 비로소 삶의 무게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6. 목포진 역사공원: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길
목포진 역사공원은 지금도 조용히 도시의 시간을 품고 있다.
돌담길과 고목들 사이로 걷다 보면, 『파인』의 캐릭터들이 감춰둔 속마음과도 마주치는 기분이다.
바다 쪽으로 트인 시야와 느린 공기가 이 도시에 깃든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꺼내준다.
7. 삼학도 공원과 평화광장: 남겨진 이들의 풍경
삼학도 공원과 평화광장은 하루를 정리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바람이 불고, 바다가 숨을 쉬는 이곳에서 “우린 도망 못 쳐. 여길 지켜야지.”라는 말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
『파인』이 말했던 도시는, 바로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2. 대사로 읽는 인물의 감정선
『파인: 촌뜨기들』은 대사로 이야기를 ‘던지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오태석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도시의 감정을 압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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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나면 다 대박, 쪽박 나면 다 쪽박.”
운을 건다. 그런데 여기서 ‘운’은 정말 운일까? 목포에서는 그 운도 결국 선택의 결과였다. -
“가끔 왜 이런 곳에 이런 것이 있는지 모를 때가 있지.”
유달산에서, 혹은 근대역사관 좁은 골목에서, 누군가는 그 질문을 속으로 삼키며 걷는다. 그것은 과거의 잔향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흔드는 울림이다. -
“좌판 한번 벌여볼까?”
시작하겠다는 다짐이자, 이 도시에서 살아남겠다는 고백. 그 한마디에 ‘일상이 곧 생존’이 되는 도시의 본질이 녹아 있다.
3. 『파인』을 따라 걷는 목포 – 걸을수록 깊어지는 서사
목포라는 도시에는 과장되지 않은 서사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황금을 찾아 나선 사내들이, 결국 인간에 대해 묻게 되는 이야기.
『파인』은 보물을 소재로 하지만, 실은 상처와 선택의 기록이다.
이 도시에선 모든 게 너무나 현실적이라 때로는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극 중 오태석과 조카는 서로 다른 이유로 이 여정을 시작했지만, 결국 같은 눈빛을 한다.
그것이 바로 목포의 마법이다.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도시, 동부시장 좌판의 열기, 삼학도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 모든 것이 이야기의 일부이고, 걷는 이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