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네가 선택한 삶에 확신을 가져.” : 서울 공간에 새긴 청춘의 서사

"왜 하필 이태원인가?"

그 질문에 나는 늘 이렇게 답했다.
다름이 살아 숨 쉬는 곳, 경계를 허무는 동네이기 때문이라고.

이태원 클라쓰는 이 도시의 다양한 장소 위에 한 사람의 삶, 좌절, 그리고 반격을 그렸다.

이제 그 공간의 의미를, 감독이자 장소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풀어보려 한다.



1. 단밤포차 (이태원 경리단길):박새로이의 꿈이 시작된 곳.

“내 꿈은 그 어떤 성공보다도 뜨겁다.” - 박새로이

경리단길은 이태원의 심장과도 같다.

다국적 레스토랑, 독립 서점, 빈티지 소품점들이 늘어선 이 거리 한복판에 ‘단밤포차’ 세트가 세워졌고, 이는 곧 드라마의 상징이 되었다.

‘단밤’은 단단하고 따뜻한 밤이자, 청춘들의 소박한 꿈터였다.

이태원은 미군 부대 인근이라는 배경 속에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온 공간이다.

새로이의 삶 역시 정해진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정의를 따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간다는 점에서 이태원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2. 녹사평역 육교:결심의 무대, 인생의 전환점.

“세상에 맞서려면, 내가 먼저 똑바로 서 있어야지.” - 박새로이

이 육교는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결심의 무대’다.

박새로이가 자신의 신념을 더욱 굳게 다지는 장소로 자주 등장하며, 고도차가 상징하듯 인물의 내면 변화도 함께 오르내린다.

실제로 녹사평육교는 서울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리모델링되며 예술 작품과 함께하는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밤이면 조명이 켜지고 남산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시점으로서의 의미를 품는다.


3. 백범광장공원 (남산인근 명소):진심이 통하는 공간

“나 너한테 진심이야.” - 조이서

드라마의 결말부, 남산의 밤은 찬란했다.

조이서의 진심 어린 고백과 새로이의 감정이 마침내 맞닿는 장면이 이 공원에서 연출됐다.

백범광장공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민족의 자주성과 정의를 상징하는 이 공원은 드라마 속 ‘진심’과 ‘정의’의 가치와 맞물린다.

공원 인근에는 서울타워(N서울타워), 남산 케이블카, 한양도성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 명소가 인접해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남산을 대표 명소로 찾는 이유는, 서울의 전경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 사랑과 이상이 겹치는 감정의 정점이 완성된다.


4. 한강공원 (이촌지구):감정을 나누는 쉼터.

“우리, 조금만 더 같이 가자.” - 조이서

한강은 서울 시민들의 일상 속 쉼표이자, 드라마에서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상징이 된다.

조이서와 새로이가 조용한 밤을 함께 보내며 내면의 상처를 나누는 장면은 한강이기에 더욱 깊이 와닿는다.

한강공원 이촌지구에는 자전거 도로, 피크닉 공간, 야외 공연장 등이 마련돼 있어 서울 시민들의 여가 중심지로 사랑받는다.

‘이촌 수변 문화마당’에서는 종종 콘서트와 예술 전시가 열리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도 설치돼 있다.

드라마의 감정은 이 물결 위에서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때로는 날카로운 고백으로 돌아온다.


5. 삼청동 카페 (문화공간 소개):자아를 찾는 여정의 시작.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 - 오수아

삼청동은 서울의 정서가 응축된 거리다.

조선시대 양반가가 밀집해 있던 골목들은 근현대에 들어와 예술과 문학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오수아가 진심을 마주하는 이 카페는, ‘겉보기엔 차분하지만 내면은 복잡한’ 그녀의 심리를 고스란히 닮았다.

삼청동은 그렇게 감정의 결절점을 제공한다.

특히 삼청동 일대에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쌈지길, 서울공예박물관 등이 있어 문화 탐방의 중심지 역할도 한다.

‘사회적 성공’을 쫓던 오수아가,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공간.


6. 잠수교: 숨겨진 진심이 드러나는 곳.

“이제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아.” - 박새로이

잠수교는 물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특수한 구조를 가진 다리다.

이 다리 위에서 마현이는 자신의 존재를, 성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밝힌다.

서울의 흐름 속에서 잠겨 있던 진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한 장면이다.

잠수교는 반포대교와 함께 서울의 야경 명소로, ‘세빛섬’과 연결되어 있어 문화예술 공연과 야경 투어가 함께 이루어진다.

마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은, 서울이라는 도시에 깃든 무심한 아름다움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7. 남산 성곽길 (한양도성 남산구간): 관계의 완성, 역사와 현재가 만나는 길

       “그토록 원했던 오늘이 왔어.” - 박새로이

1396년 조선이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며 세운 한양도성의 남쪽 구간으로, 도심 속에서 서울의 역사를 가장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박새로이와 조이서가 함께 걸었던 이 길은, 그들의 관계가 마침내 완성되는 순간이다.

길의 끝에서 서로의 존재를 더는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한 시대를 살아낸 도성 위에서 더욱 울림을 준다.

남산 힐튼호텔 뒤편에서 시작해, 성곽을 따라 백범광장과 남산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도보 코스다.

과거와 현재, 사랑과 정의가 이 길 위에서 만나고 화해한다.


8. 마무리 하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그저 청춘의 투쟁과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불합리와 마주한 이들이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끝없이 부딪히고,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누군가의 성공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신념 하나만을 붙잡고 버텨내야 했던 외로운 길에 대한 증언이었습니다. 

그 길 위에 놓인 서울이라는 도시는 때로 차갑고 거칠었지만, 동시에 변화와 기회의 얼굴을 한 채 이들의 걸음을 견뎌냈습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장면을 채우기 위한 배경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물의 감정이 고조되고 무너지는 경계선이었고, 관계의 갈등과 화해, 끝없는 기다림과 다시 품은 희망이 교차하는 무대였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러한 순간들을 고스란히 품은 채, 청춘의 상처를 기억하는 동시에 그것을 어루만지는 공간으로 그려졌습니다. 

좁은 이태원의 골목길, 벽에 덧칠된 오래된 간판,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 그 거리들은 누군가에게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표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더는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한 장소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서울을 걷게 될 여러분이 있다면, 그 길 위에서 박새로이의 흔적을 잠시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그는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의 믿음을 지켜냈고, 상처를 껴안은 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가 지나간 공간들은 이제 드라마 속 장면이 아닌, 현실의 우리에게도 말을 걸어오는 조용한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렇게 누군가의 슬픔을 품고 또 다른 누군가의 확신을 키워내는 생생한 이야기를 품은 무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역시 이 길 위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찾고,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