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리 들을 사람, 어딘가엔 있겠지예…”
드라마 정년이 속 정년이는 그렇게, 바닷바람이 매운 청산도의 언덕을 오르며 혼잣말처럼 읊조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모두 정년이가 됩니다.
가난하고, 외롭고, 목소리를 잃었던 시대를 지나며, 나만의 소리를 찾고 싶었던 누군가로.
tvN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낯선 무대를 배경으로, 한 소녀가 소리를 통해 삶을 회복해가는 서사를 담아냅니다.
그 서사의 숨결을 담고 있는 공간, 바로 전남 청산도와 순천 낙안읍성, 그곳이 있기에 우리는 정년이의 숨결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1. 청산도 – 소리를 품은 섬, 정년이의 시작이 피어난 곳
청산도는 완도에서 배를 타고 약 50분.
섬의 이름처럼, 푸른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정년이 속에서 정년이의 고향 마을이자 판소리의 첫 무대로 등장합니다.
드라마 초반, 정년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소리를 내지르며 “이게 내 안의 것들이래요. 너무 오래 눌러 놨더니 터져 나와 부러예.”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이 담긴 곳은 바로 청산도 서편 갯마을과 구들장 논 언저리.
☑ 청산도는 한국 유일의 슬로시티 섬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만의 소리를 듣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 정년이의 판소리는 바로 이 ‘느림’ 속에서 시작됩니다. 고요한 풍경은 그녀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관객의 귀를 열게 만드는 무대인 셈입니다.
1) 슬로시티 섬
"슬로시티 섬"은 말 그대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섬 지역들을 의미하며, 국제적인 슬로시티(Cittaslow) 운동의 가치—자연 친화, 지역 문화 존중, 전통 계승, 속도보다 삶의 질 중시—를 기반으로 조성된 섬들을 말합니다.
한국에는 여러 슬로시티로 인증된 섬들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2) 한국의 대표 슬로시티 섬 5곳
1-1. 완도 청산도 (전남 완도군)
- 특징: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돌담길, 구들장 논, 다랭이 논 등 전통 농업 풍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섬.
- 느림의 철학: 시간을 품은 논밭과 바다 사이에서,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주는 곳.
- 관광 포인트: 청산도 슬로길, 두웅 습지, 범바위.
1-2. 신안 증도 (전남 신안군)
- 특징: 염전과 갯벌이 있는 생태의 보고.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섬.
- 관광 포인트: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짱뚱어다리.
- 느림의 철학: 바람결 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속도를 되돌아보게 되는 섬.
1-3. 고흥 연홍도 (전남 고흥군)
- 특징: 예술이 마을을 채운 섬. 마을 전체가 갤러리인 ‘예술섬’.
- 관광 포인트: 연홍미술관, 벽화마을, 하늘전망대.
- 느림의 철학: 예술과 함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명상이 되는 여정.
1-4. 태안 안면도 (충남 태안군)
- 특징: 슬로시티 인증지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자연 속 느림'을 실천하는 대표 섬.
- 관광 포인트: 꽃지해변, 안면도자연휴양림, 백사장항.
- 느림의 철학: 해 질 녘 노을에 발을 담그며 삶의 균형을 되찾는 시간.
1-5. 완도 보길도 (전남 완도군)
- 특징: 고산 윤선도가 은거했던 문학의 섬. 자연과 문학이 공존하는 섬.
- 관광 포인트: 세연정, 예송리 해수욕장, 격자봉.
- 느림의 철학: 자연 속 사유의 공간에서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되는 여정.
3)🌿 슬로시티 섬 여행의 철학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
슬로시티 섬은 빠르게 소비하고 떠나는 여행이 아닌, '그 섬의 호흡'에 맞춰 살아보는 체험입니다.
골목 하나, 나무 한 그루, 바다 내음 속에도 고유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느리게 일하고, 느리게 걷고, 깊게 관계 맺습니다.
슬로시티 섬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 아니라 삶의 밀도입니다.
2. 청산도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 청산도 구들장 논 – 세계적으로도 드문 ‘돌로 된 논’.
전통적 농경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드라마 속에서 정년이의 일상과 소리의 리듬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소로 활용됨.
✔ 청산 팔경 트레일 – 해안 절벽과 바다가 교차하는 걷기 좋은 길.
정년이가 바람을 맞으며 혼자만의 소리를 연습하던 장면과 겹쳐진다.
✔ 범바위 전망대 – 청산도의 모든 시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
“저 바다 건너면 내 삶이 달라질까요?”라는 정년이의 대사처럼, 이곳은 ‘갈망’의 풍경이기도 하다.
2. 낙안읍성 – 정년이의 세상과 맞닿는 경계
청산도의 자연이 정년이의 내면을 깨웠다면, 순천 낙안읍성은 그녀가 사회와 마주하는 첫 문지방입니다.
낙안읍성은 전통 가옥과 성벽, 그리고 시장, 빨래터, 골목이 살아 숨 쉬는 조선시대 마을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정년이는 여기서 언니와 생선을 팔고, 동네 아이들과 빨래를 하며 소리의 결을 배워갑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정년이가 우연히 국극 배우 문옥경을 만나게 되는 시장 골목 장면.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작정 소리를 내지릅니다.
“스승도 극장도 필요 없다 했는데… 내 마음이 먼저 내 소릴 알아봐 부렸지예.”
이 장면이 찍힌 골목은, 낙안읍성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는 전통시장 골목.
정년이의 소리는 ‘무대’가 아닌, ‘삶’ 속에서 발견됩니다.
1) 낙안읍성에서 더 즐길 수 있는 체험
✔ 전통 가옥 체험 – 실제로 성 안의 가옥에서 숙박이 가능하며, 드라마 속 세트를 그대로 재현한 곳도 있음.
✔ 국악 공연 및 판소리 체험관 – 일정에 따라 전통 소리 공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정년이처럼 목청을 뽑아볼 수 있음.
✔ 순천만 국가정원 및 순천만 습지 – 낙안읍성과 함께 방문하면 순천의 자연미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완벽한 하루 코스.
3. 정년이의 대사로 보는 공간의 철학
정년이의 소리는 존재의 선언입니다.
그녀가 “사람들이 안 알아줘도 괜찮아요. 소리는 내 것이니까예.”라고 말할 때, 우리는 청산도의 조용한 바람과 낙안읍성의 정겨운 소음을 동시에 떠올리게 됩니다.
이 두 공간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진짜 목소리는, 가장 낡고 고요한 곳에서 태어난다.”
4. 완도와 순천, 그 너머 – 함께 가볼 명소 추천
1) 완도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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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타워 – 남해의 절경과 섬들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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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 유적지 – 장보고의 해상왕국을 조망할 수 있는 역사 유적. 정년이의 ‘소리 독립’과 연결해볼 만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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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 여름철 해변 풍경과 함께 정년이처럼 ‘해방의 소리’를 떠올리기 좋은 공간.
2) 순천 지역
- 순천 드라마 촬영장 – 정년이에서 경찰서, 극장 장면이 촬영된 공간으로 실제 방문이 가능함.
- 순천 향교 – 소리와 전통을 잇는 교육 공간으로, 정년이의 정신적 성장과 맞닿는 공간.
- 순천문학관 – 지역 출신 문학가의 흔적을 따라 정년이의 내면을 확장해보는 감성 코스.
5. 마무리하며
당신도 ‘소리’가 되어 걸을 수 있다면
정년이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아련한 과거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현재입니다.
그녀가 걸었던 청산도의 바람 부는 언덕, 그녀가 소리 높여 외쳤던 낙안읍성의 좁은 골목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그녀는 슬픔을 노래로 바꾸었고, 억압을 울림으로 바꾸며 살아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어딘가에서 또 다른 정년이들이 그 길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소리를 배우고, 삶을 견디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들 말입니다.
이제는 당신 차례입니다.
누군가의 기억이 되어줄 오늘의 한 걸음을,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