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속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서 예술촌까지, 기훈의 삶이 깃든 도시의 주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1과 시즌 2는 각각 다른 결의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이 두 시즌을 연결하는 공통된 배경이 있다. 

바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이다. 

철의 시대와 예술의 현재가 공존하는 이 동네는, 주인공 성기훈의 삶과도 기묘하게 닮아 있다.

오징어 게임의 감독 황동혁"기훈의 세계는 낡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현실을 닮아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공간은 문래동뿐이었다. 

실제 촬영 장소로 사용된 문래동의 골목과 창작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단지 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 사회의 풍경이 드러난다.


1. 시즌 1 – 철공소 거리의 메마른 일상

🔧 철 냄새 나는 현실: 문래동 철공소 골목

시즌 1에서 기훈은 퇴직 이후 일거리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낡은 다세대 주택에서 살아간다. 

그가 살던 주택가와 생활 반경은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 기반을 두고 촬영되었다.

  • 촬영 위치: 문래동4가, 문래역 인근 철공소 골목 (문래로 128길, 134길 등)

  • 등장 장면:

    • 기훈이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집에 배달을 가는 길

    • 철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기훈의 뒷모습

    • 어머니와 함께 허름한 골목을 걷는 장면

이 거리의 용접 불꽃, 기름 묻은 바닥, 녹슨 철문은 기훈의 삶이 처한 현실 그 자체다. 

그는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살아간다. 

이 거리의 메마른 풍경은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엄마, 나도 잘해보려고 했어… 근데 세상이 자꾸 밀어내.” – 기훈 (에피소드 1)

이 대사는 문래동 철공소 거리 한복판에서 기훈이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변명하려 할 때 나온다. 

쇠붙이와 콘크리트의 음산함은 기훈의 내면과 맞닿아 있다. 

한때 활력 넘치던 산업단지가 이젠 낡고 방치된 공간이 된 것처럼, 기훈도 한때는 사회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다.


2. 시즌 2 – 붉은 머리의 기훈이 돌아온 곳

🎨 재생의 서사: 문래창작촌

시즌 2에서는 기훈의 캐릭터 변화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머리를 붉게 염색한 그는 더 이상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다. 

그는 어떤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세상과 마주한다. 

이 변화의 시작점이자 새로운 배경이 된 곳이 바로 문래창작촌이다.

  • 촬영 위치: 문래동 예술촌 중심부 (문래창작촌 입구, 문래로28길, 문래동 예술공간 일대)

  • 등장 장면:

    • 기훈이 벤치에 앉아 전화를 받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결심하는 장면

    • 골목의 벽화 앞을 걷는 기훈의 실루엣

    • 빨간 머리를 한 기훈이 카페처럼 꾸며진 예술 공간 근처를 지나가는 장면

“난 다시 게임판에 나가지 않을 거야. 이번엔 내가 게임을 만들 거야.” – 기훈 (시즌 2 예고편 대사)

이 대사는 문래창작촌 골목에서 기훈이 전화 통화를 하며 내뱉은 말이다. 

예술 공간이 즐비한 이 거리에서 기훈은 스스로의 주체성을 다시 선언한다. 

철공소 거리를 배경으로 무력했던 인물이, 이제는 창작촌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보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3. 문래동 – 공간 그 자체가 ‘한국 사회’

문래동은 공간으로서 단순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동시에 재생의 실험실이다.

  • 1970~80년대: 서울기계상가 중심지, 수천 개의 철공소가 집결

  • 2000년대 이후: 폐업과 이주가 늘어나며 방치

  • 2010년대~현재: 예술가 유입, 문래창작촌 형성, 도시재생사업 진행

이처럼 문래동은 한 사회가 겪은 붕괴와 재구성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던지는 질문들 – 구조적 불평등, 인간의 선택, 생존의 윤리 – 은 문래동의 풍경 속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4. 기훈의 삶과 문래동 – 겹쳐지는 궤적

성기훈이라는 인물은 단지 한 사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잊힌 사람’들의 얼굴이다. 

철공소 거리에서 그는 과거의 잔해를 붙잡고, 창작촌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면서도 갈망하는 인물로 재탄생한다.

문래동은 그런 기훈의 정체성을 공간으로 시각화한 장치다. 

감독과 콘티팀은 이 지역을 의도적으로 두 시즌 모두에 배치했다. 

이 공간은 기훈이라는 인물의 외부이자, 내면인 셈이다.

1)🔍 문래동의 현재 모습

예술과 산업의 공존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래동은 여전히 철공소와 같은 산업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는 문래동이 과거의 산업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창작자들의 인식과 활동

영등포 문화재단에서 실시한 「문래동 창작환경 실태조사」 참여한 124명의 창작자들은 문래동의 독특한 분위기와 공간적 특성이 창작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습니다. 

일부 창작자들은 임대료 상승과 공간 부족으로 인해 창작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지역에 중산층 이상이 유입되며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 도시재생과 공공지원

문래동의 이러한 변화는 공공지원사업과 도시재생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영등포문화재단은 예술활동 거점지역 활성화사업을 통해 문래동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문래동이 지속가능한 문화지구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5.🔍 마무리: 문래동, 한국의 얼굴이 된 거리

문래동은 이제 더 이상 오래된 공장지대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이곳은 한국 사회의 그늘과 빛, 붕괴와 재생, 개인과 구조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드라마틱한 무대로 자리 잡았다.

기훈이 철공소 거리에서 출발해 예술촌으로 이동한 여정은 단지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다시 정의해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은, 그 모든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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