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기묘함이 매력적인 팀 버튼의 세계에서 탄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를 사로잡았습니다.
아담스 패밀리의 냉소적인 딸, 웬즈데이 아담스가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겪는 기묘한 사건들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성장을 심도 깊게 다룬 이 시리즈는 단순한 판타지 학원물을 넘어, 우리 내면의 '다름'을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웬즈데이』 시즌 1의 각 에피소드를 되짚어보며, 냉철한 웬즈데이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지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웬즈데이의 가장 충직한 조력자이자 시리즈의 재치 있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씽(Thing)'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1화. 'Nevermore' ― 외톨이의 시작, 그리고 '정의'의 선언
"내 동생은 나만 괴롭힐 수 있어."
이 장면은 웬즈데이 아담스라는 인물을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순간입니다.
그녀의 정의는 보편적인 도덕이 아니라, 자신만의 충성심과 규칙에서 비롯됩니다.
퍼그슬리를 괴롭히던 학생들에게 피라냐를 풀어버리는 선택은 과감하고 무자비하지만, 동시에 가족에 대한 애정과 보호 본능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수영장 한가운데 퍼지는 붉은 물살, 그리고 고요히 서 있는 웬즈데이의 실루엣은 팀 버튼 특유의 음울한 미장센과 맞물리며, 그녀의 등장을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이 장면은 복수라기보다, 웬즈데이의 질서와 유머가 결합된 ‘정식 인사’인 셈입니다.
2화. 'Woe is the Loneliest Number' ― 본능의 각성, 그리고 진실을 향한 시선
“You are the key.(네가 핵심이다)”
웬즈데이는 환영 속 인물로부터 “You are the key.”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대사는 그녀가 단순히 예지 능력을 가진 괴짜 소녀가 아니라, 네버모어를 둘러싼 비밀을 풀고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핵심적인 존재임을 암시합니다.
‘열쇠’는 닫힌 문을 여는 존재이며, 봉인된 과거와 진실을 해방시킬 유일한 주체를 뜻합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웬즈데이는 이 순간, 자신이 고립을 택한 것이 아니라 운명이 그녀를 불러낸 것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3화. 'Friend or Woe' ― “과거의 환상 속에 숨겨진 진실, 웬즈데이가 마주한 운명의 열쇠”
3화에서 웬즈데이는 과거로 향하는 환상을 경험합니다.
환상 속에서 마녀로 몰려 희생된 이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펼쳐지며, 그녀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진실을 찾으려면 과거를 봐야 해. 네가 바로 그 열쇠야.”
이 대사는 단순한 예언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리고 웬즈데이의 운명이 그 중심임을 강조합니다.
숲 속의 어둡고 침잠된 색감과 고요한 분위기는 그녀가 마주한 무게를 더욱 짙게 만들며, 이 순간이 앞으로 펼쳐질 싸움의 시작임을 시사합니다.
웬즈데이는 과거의 상처와 진실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을 준비를 다집니다.
4화. 'Woe What a Night' ― 무도회, 감정의 첫 폭발이자 고독 속 해방
"이건 나의 방식이야. 누가 뭐래도."
『웬즈데이』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장면이죠.
댄스 파티에서 웬즈데이의 독창적이고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춤은 사회 규범을 거부하는 그녀의 본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회 안에 들어가려는 미묘한 욕망이 충돌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누군가와 함께 어울리고 싶지만, 그 방식은 결코 타인과 같을 수 없습니다.
팀 버튼은 카메라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웬즈데이의 고독 속 해방감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합니다.
이 춤은 웬즈데이의 정체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자, 그녀의 내면에서 감정의 폭발이 시작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5화. 'You Reap What You Woe' ― 가족의 진실과 마주하다, 신뢰의 시험
"나는 당신을 믿고 싶었어. 하지만 믿음은 감정이니까." "우리의 사명은 위해와 편견으로부터 별종을 지키는 것이었지. 네게 네가 빛날 너만의 길이 있어."
아버지를 향한 복잡한 감정이 터져 나오는 회차입니다.
이 장면은 신뢰와 혈연, 그리고 진실과 책임에 대한 웬즈데이의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웬즈데이의 시선은 여전히 냉철하지만, 아버지와의 대화 이후의 침묵은 그녀가 더 이상 감정을 외면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비추며, 그 작은 떨림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뇌를 포착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웬즈데이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추구하며 가족의 가르침을 재해석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6화. 'Quid Pro Woe' ― 정의란 무엇인가, 확신의 균열
"정의는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당신을 믿지 못하겠어." "악이 악이어서 택하는 인간은 없다. 자신이 구하는 행복과 선함으로 착각할 뿐이다." - 프랑켄슈타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웬즈데이는 점차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특히 타일러를 향한 미묘한 감정은 그녀 안의 단단했던 논리적 세계에 약한 틈을 만듭니다.
팀 버튼은 지하 동굴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웬즈데이의 논리적 세계가 깨지는 순간을 공간감으로 표현합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단순한 추리물을 넘어, 웬즈데이의 자기 확신에 대한 균열을 심도 있게 다루는 성장 드라마로 전환됩니다.
웬즈데이는 악이 선으로 위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섣부른 판단이 아닌 철저한 증거를 통해 진실에 접근해야 함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7화. 'If You Don’t Woe Me by Now' ― 배신의 그림자, 감정의 수용
"내가 틀렸다고? 아니, 내가 감정을 선택했을 뿐이야."
모든 감정은 결국 선택의 결과임을 인정하는 순간입니다.
타일러의 충격적인 정체를 알게 된 웬즈데이는 처음으로 자신을 자책하고, 자신이 '감정'에 휘둘렸음을 깨닫습니다.
이 장면에서 웬즈데이의 눈빛은 이전과는 다릅니다.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슬픔과 후회가 깊이 담겨 있습니다.
촛불로만 조명된 실내는 그녀의 내면처럼 희미하게 흔들리고, 스틸컷은 바로 그 순간의 감정 깊이를 포착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웬즈데이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감정 또한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8화. 'A Murder of Woes' ― 선택과 책임, 함께 싸우는 존재로의 성장
"나는 혼자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시즌 1의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입니다.
웬즈데이는 마침내 '고립된 천재'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싸우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전투 장면에서 웬즈데이가 아닌, 모두가 한 화면 안에 있는 구도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드러냅니다.
즉, "외로움은 본성이 아니라 선택이었다"는 깨달음이죠.
마지막 스틸컷은 웬즈데이의 손에 묻은 피와 함께, 이니드의 품에 안겨 눈을 감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이는 단순한 패배나 승리가 아니라, 웬즈데이가 마침내 타인과의 연결을 수용하고 감정을 받아들였음을 의미합니다.
그녀의 차가운 내면은 따뜻한 온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9. 『웬즈데이』의 숨은 공신: '씽(Thing)'의 활약
『웬즈데이』를 보는 내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또 다른 캐릭터는 바로 웬즈데이의 충직한 조력자 '씽(Thing)'입니다.
아담스 패밀리의 손가락만 있는 하인으로, 시즌 1 내내 웬즈데이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도움을 줍니다.
씽은 웬즈데이의 유일한 친구이자 정보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웬즈데이의 냉정한 표정 속에서도 피어나는 미묘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씽이 보여주는 섬세한 손가락 연기와 표정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며, 말 한마디 없이도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씽의 존재는 웬즈데이가 완전히 혼자가 아님을 상징하며, 그녀의 내면 깊숙한 곳에도 인간적인 연결에 대한 욕구가 존재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10. 웬즈데이, ‘괴물의 시선’에서 ‘인간의 눈빛’으로
『웬즈데이』는 어둡고 기이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본질은 웬즈데이 아담스라는 한 소녀의 깊이 있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시즌 내내 그녀는 '괴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을 고립시켰지만, 결국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인간의 눈빛'으로 성장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비틀림과 다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을 감추거나 드러내는 방식은 각기 다를 것입니다.
웬즈데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지. 나는, 그게 나라는 걸 알 뿐이야."
이 말은 결국 우리 모두를 향한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다름'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자 해방임을 웬즈데이는 보여줍니다.
앞으로 시즌2 시즌3를 더욱 기대해봅니다.